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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한국 경제에 미중 무역분쟁보다 큰 상처
한국 경제에 미중 무역분쟁보다 큰 상처

연초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이어 중국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가
중국과 글로벌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몰고 오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03년에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창궐해 세계 경제에 큰 부담을 주었는데,
이번 코로나19의 파장은 그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한국 경제는 수출이나 제조업·서비스업 등에서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이번 사태가 쓰나미가 될 가능성이 많다.
현재진행형인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 경쟁과 일본의 수출 규제는 물론, 연말 미국의 대선 등
다른 대외 리스크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최대 리스크로 주목받는 이유다.




중국이 기침하면 세계 경제는 중병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충격이 사스보다 클 것으로 우려되는 것은 전염력이 사스보다 훨씬 강력하다는 점도 있지만,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위상이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엔 ‘미국이 기침을 하면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는다’는 말이 유행했지만, 이제는 ‘중국이 기침을 하면 세계 경제가 중병을 앓는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상황이 바뀌었다. 실제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03년 1조 6,410억 달러로 6위에 머물렀지만, 2019년에는 13조 6,080억 달러로 8.3배 급증하면서 미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은 4.3%에서 16.9%로 3.9배 높아졌다. 전 세계 수출·수입 금액 중 중국의 비중은 2003년 5.3%에서 2018년 11.7%로, 민간소비 비중은 3.1%에서 10.8%로 각각 2~3배 증가했다.

금융시장의 위상 변화는 훨씬 극적이다. 국제금융센터 분석을 보면 세계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비중은 2003년 1.6%에서 2018년엔 9.2%로 5.8배 높아졌고, 채권 시장 비중은 같은 기간 0.6%에서 12.6%로 무려 21배나 향상됐다. 중국인들은 세계 주요 관광지를 붉은 깃발로 뒤덮으면서 관련 업계의 큰손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 여행자 가운데 중국인 비중은 2003년 2.4%에서 2017년 9.1%로 3.8배 높아졌고, 여행 지출금액 비중은 2.7%에서 17.8%로 6.6배 커졌다.

한국 경제에 미중 무역분쟁보다 큰 상처

전문가들은 중국의 위상 강화로 코로나19가 글로벌 경제에 가공할 만한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호주국립대의 워릭 매키빈 경제학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의 충격이 사스 당시 400억 달러의 3∼4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고, 영국 해외개발연구소(ODI)는 사스로 인한 세계 경제 손실이 500억 달러였다면 이번의 손실은 7배가 넘는 3,6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추정도 사태 장기화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03년 사스 창궐 당시엔 중국과 홍콩 등에서 8개월 동안8,09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9.6%인 774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난해 12월 첫 보고 이후 1개월여 만에 사망자가 사스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 등 무서운 확산 속도를 보이고 있다.


벌써 멀어지는 올해 2%대 성장
코로나19 사태로 중국 경제가 휘청이면서 한국 경제에도 큰 타격을 가하고 있다. 이미 항공과 숙박 등 여행업계는 빈사상태에 빠졌고, 백화점·할인점 등 유통업과 자영업도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으로부터의 부품 조달 차질로 자동차 생산공장이 가동을 일시 중단하는 등 제조업체들도 피해를 입고 있다.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산업 전 부문이 충격에 휩싸여 있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중국 경제의 경착륙으로 인한 파급 영향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수출(5,423억 달러)의 25.1%(1,362억 달러)가 중국으로의 수출이었고,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1,750만 명)의 34.4%(602만 명)가 중국인이었다. 한국과 중국 간 제조업 가치사슬(value chain)은 더욱 긴밀해 전체 자동차 부품 수입액(53억 4,000만 달러)중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이 29.2%(15억 6,000만 달러)를 차지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중국이 이를 종식시키지 못하면 우리 경제에의 파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국내외 기관들은 이번 사태로 중국의 성장률이 0.5~2.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번 사태가 1분기에 진정될 경우 올해 중국 성장률이 0.5%포인트, 2분기까지 지속되면 1.0%포인트 하락 압력을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 경제에 미중 무역분쟁보다 큰 상처

노무라 인터내셔널은 올 1분기 중국 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6.0%)보다 2.0%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고,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올해 중국 성장률이 1.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국내외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성장률 하락효과(-0.4%포인트)보다 훨씬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영국의 경제분석기관인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올해 한국의 GDP 성장률을 2.5%에서 1.5%로 대폭 낮췄고,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2.2%에서 2.0%로, JP모건은 2.3%에서 2.2%로 낮췄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의 경제 영향이 중국보다 한국과 대만이 더 심할 것으로 분석했다. 높은 대중 의존도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중국내 생산이 빠르게 정상화될 경우 1분기 중국 성장률이 0.5~1.0%포인트 하락하는 반면, 한국은 0.8~1.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중국의 생산활동이 점진적으로 정상화되면 중국 성장률이 1.0~1.5%포인트, 한국은 1.1~1.4%포인트 하락하고,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면 중국 성장률이 1.5~2.0%포인트, 한국은 1.4~1.7%포인트 각각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 ‘더블딥’ 가능성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1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며 ‘더블딥(재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전통적으로 1분기에는 정부 재정지출 효과가 떨어지는 시기다. 지난해에도 재정지출 효과가 감퇴하면서 1분기에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0.4%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해 2%대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연말에 무리하게 재정을 투입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올 1분기 성장률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국내 투자기관들은 올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0.3~-0.7%로 추락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로나19가 올해 한국 경제가 당면한 다른 모든 대외 리스크를 함몰시키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전염병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은 일시적이라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과거에도 사스나 메르스 등 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쇼크가 실물경제나 금융 등 시스템상의 문제로 번지지 않을 경우 경제도 빠르게 정상 경로로 돌아가는 속성을 보였다.

다행히 코로나19 사태가 조기에 정점을 지나 진정 국면에 들어갈 경우 경제활동도 빠르게 정상화하면서 경제 충격을 일부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장기화할 경우 지금까지의 예측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파장이 확대될 수 있다. 더욱이 중국은 지난해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경제 체력이 약화된 데다, 부동산 시장 위축과 정부 재정여력 약화 등 구조적·경기순환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역사회 전파가 심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중국에서의 코로나19 진정 여부에 올해 한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운명이 달려 있는 셈이다.

한국 경제에 미중 무역분쟁보다 큰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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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이해준 헤럴드경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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