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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조 슈퍼예산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최근 국내 경제 여건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자, 정부는 이 같은 글로벌 경기 하강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
‘감내 가능한 수준’에서 적극적으로 재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적 판단에 기반하여 513조 5,000억 원에 이르는 ‘초(超)슈퍼 예산안’을 편성하였다.


2020년 예산안의 총지출 규모는 약 513조 5,000억 원으로 중앙정부 예산이 500조 원을 넘은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또한 2019년에 이어 2년 연속 재정지출 증가율이 9%대에 이르는 셈이다. 이 때문인지 관련 분야의 많은 전문가와 언론이 연일 5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슈퍼예산’이라고 지칭하며, 갑론을박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작년 하반기 상황을 보면, 미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내 제조업 경기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었으며, 홍콩시위가 격화되는 등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우디 원유시설에 대한 드론 폭격까지 발생해 글로벌 원유 공급망의 안정적 운영에도 불안감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투자와 수출 활로 모색 및 일본의 수출규제 등 하방리스크 억제를 위해 500조 원의 예산 편성은 불가피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반대쪽 입장에서는 향후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제성장률 등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러한 상황에서 향후 지속적인 재정투여가 예상되는 복지 등의 예산 증액은 올 한 해만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우리 재정의 건전성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2020년 국가 예산을 바라보는 첨예한 견해차 속에서 2020년 예산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위해서는 세부적인 예산 편성 내용부터 들여다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2020년 예산, 어디에 얼마만큼 배정되었나?
2020년 예산 부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미래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예산 부분이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를 지탱해왔던 여러 산업들의 경쟁력이 점차적으로 떨어지면서, 우리 경제의 신성장 동력 육성에 집중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세부적으로는 데이터산업, 인공지능,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의 분야에 전년 대비 약 47% 증가한 4조 7,0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는 2020년에 증액된 분야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 국가 R&D 예산 역시 전년 대비 17.3% 오른 24조 1,000억 원을 편성해 관련 분야의 기술 확보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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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우리 경제를 지탱해 왔던 기존 전통산업들을 등한시한 것은 아니다. 2022년까지 스마트공장을 3만 개 보급하고 스마트산단을 10개소 조성하는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예산도 대폭 증액한다. 이와 같은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의 예산 증가율은 27.5%(18조 8,000억 원→23조 9,000억 원)로 12대 예산 분야 중 가장 높다. 이뿐 아니라 최근 일본 수출 규제로 인해 대두된 바 있는 부품, 소재, 기계장치 분야에서의 자생력을 위해 2019년도에는 8,000억 원 수준의 예산이 편성된 것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이 오른 2조 1,000억 원을 편성하였다. 물론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시작된 예산 편성이긴 하지만 부품, 소재, 기계장치 분야에서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종잣돈 역할을 할 것이다. 다음으로 주목할 부분은 좀처럼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내수경제의 난관을 수출을 통해 극복하기 위한 노력들이다. 전통적인 수출 시장을 넘어 그동안 거래 규모가 작았던 고위험 수출시장을 개척하거나 새로운 수출품목으로 진출할 경우 관련 금융 지원을 4조 2,000억 원까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일시적인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경영안정을 위한 자금을 제때 조달할 수 있도록 정책자금 공급을 20조 원 이상 보강한다.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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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부분에서는 가장 고용유발효과가 큰 건설 토목 부문의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공공사업 예산을 크게 증액하였다. 철도·도로 개량이나 복합 문화·여가 시설 건립과 같은 생활 SOC 확충예산을 전년 대비 2조 4,000억 원 증가한 10조 4,000억 원으로 편성하였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기가 크게 둔화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33개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이상에서 나열한 부분은 새로운 10년 내지 20년의 먹거리를 찾기 위한 노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크게 의구심을 보이지는 않는 분야이다. 물론 세부적인 예산 집행 내역에 대한 효율성과 지원 대상 사업에 대한 경제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위와 같은 목적으로 편성된 예산들은 상당 부분 지속가능한 우리 경제의 밑그림을 그리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500조 원이 넘는 예산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대목은 다른 데 있다. 정부는 전체 일자리 예산을 올해보다 21.3% 대폭 오른 25조 8,000억 원을 배정하고, 해당 예산을 통해서 17만 개 가까운 일자리를 직접적으로 창출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예산을 통해 창출되는 일자리 부분을 보면, 돌봄·안전 등의 사회서비스 일자리가 9만 6,000개로 확대 개편하기 위해 1조 3,000억 원을 추가 지원하였다.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구직자(약 20만명)를 대상으로 최대 6개월간 월 50만 원을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기초연금 급여 인상(25만 원→30만 원)과 맞춤형 통합 돌봄서비스 실시(2,000억 원→4,000억 원) 등 고령화 대응 인프라 구축에도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상에서 나열한 일련의 예산들은 일정부분 지출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향후 관련 분야의 예산의 경우 지속적으로 투여되어야 할 예산들로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재정건전성에 발목을 잡을 것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복지의 영문 명칭을 잘 떠올려보면,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복지는 영어로 Entitlement라 불린다. 즉, 타이틀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타이틀을 부여해 준 것을 다시 빼앗기에는 더욱 어렵다는 복지 분야의 특성을 내포한 어원일지도 모른다.


2020년 예산 편성의 당위성은 신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성과에 달려 있다
우리 모두 결국 ‘노인’이며, 우리도 잠재적 재취업자 내지 예비 창업자들이다. 즉, 복지예산은 다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회 안전망을 확보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은 우리 자신이 이 사회에서 얼마나 안정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중요한 터전인 것이다. 문제는 지속가능함이다. 베네수엘라, 아르헨티나 등 최근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고실업 등으로 고생받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재정 부분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등한시한 결과다. 결국 우리 경제가 복지 부분에 대한 예산 편성이 사회적으로 수긍될 수 있는지 여부는 신산업 분야에 대한 예산 투자가 얼마만큼 성과를 거두어, 법인세, 소득세 등 새로운 세원이 지속적으로 확보되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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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박정호 명지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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