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 FIND HOME
검색 분류
블로그 전송 카페 전송 밴드 전송 카카오스토리 전송 페이스북전송 트위터전송
사랑, 세상에 온기를 불어 넣는 일
세상에 온기를 불어 넣는 일


많은 사람들이 쉽게 ‘사랑’을 말한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 심지어 방금 첫인사를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사랑’한단다.
언제부터 이렇게 사랑이 가벼웠던 걸까.
그리고 우리는 왜 이렇게 사랑한다는 말을 못 들어서 안달이 난 걸까



그냥, 좋아한다고 말해주세요‘좋아한다’는 말로도 충분할 것 같은 표현에도 왜 우리는 이렇게 깊고 진하고 무거운 ‘사랑해’라는 말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 그것은 ‘좋다’는 마음을 가장 크게 담을 수 있는 표현이‘사랑’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꼭 그렇게 과한 표현을 써서 상대의 마음을 사야할까?’ 그저 단순하게 ‘좋다’는 말로 대신할 수는 없는 걸까. 잠깐 만났던 연하남이 있었다. 그 아이는 언제나 싱글싱글 웃으며 내게 말했다. “누나 사랑해.” 내가 보기엔 그 아이의 사랑은 그냥 “밥 먹었니?”라는 가벼운 인사말 같았다. 물론 내가 아무리 표현을 잘 안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아이의 말은 언제나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산책을 하면서 신경이 곤두섰다. 그날도 그는 어김없이 “누나 사랑해”라고 말했고,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감정이 툭하고 입 밖으로 튀어나오고 말았다. “사랑이 뭔데? 넌 사랑을 알아?” 조금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이긴 했지만, 그는 내게 “보면 좋고 함께 있으면 즐거운 게 사랑 아니야?”라고 말했다.

지금 생각하면 내 질문은 참 꼰대 같은 말이기도 했다. 귀엽게 받아주고, 그냥 기분 좋게 웃고 넘기면 될 것을 왜 그렇게도 민감하게 반응했던 걸까. 내게 있어 사랑은 쉽지 않은, 조금 무거웠으면 좋을 것이었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 있어 사랑의 비중 차를 어떻게 둘지 이야기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적어도 남발되어 쉽게 쓰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냥, 좋으면 “좋아해”라는 표현이 더 담백하고 깔끔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참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시시때때로 ‘사랑해’라는 말을 듣고 싶지만, 그 말이 가볍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다. 대체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이 길래 우리를 이렇게 많은 생각에 빠지게 하는 걸까. 1인 출판사를 차린 선배에게 내 책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주제가 뭐냐고 물었고, 난 그냥 소소한 에세이집을 내는게 소망이라고 했다. 그는 웃으며, 에세이집은 안 팔리니 연애소설을 쓰라고 했다. 너도 나도 하는 뻔한 연애를 담은 연애소설. 그 뻔함 속에서 우리는 울고 웃으며 공감대를 찾아간다. 인류의 역사상 사랑이라는 것은 단 한 번도 비중이 작았던 적이 없었다. 모든 것을 앗아간 전쟁을 치르면서도 우리에게 사랑은 어떤 방식으로든 남아 있었다. 물론 형태는 조금씩 바뀌었을지 모르지만, 본질은 그대로 남아 우리를 살아가게 했다. 사람은 언제 어디서든, 또 어떤 상황에서든 사랑을 주고받으며 자아(自我)를 찾아간다. 사랑이 없는 삭막한 세상에서는 인간으로서 살아야 할 이유도 가치도 없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말이 너무 가벼워진 지금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해야 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나눠야 한다. 부족하기에 더 많이 채우고 싶어 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무겁든 가볍든 그 사랑에 대해 비난할 자는 아무도 없다. 사랑은 그 자체로도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는 일이며, 적어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라도 허락된 축복이기 때문이다. 5월은 사랑할 일이 참 많은 달이다. 국가가 지정한 기념일이 많아 가정의 달이라 부르기도 한다. 퍽퍽하고 삭막한 세상이라 할지라도 그래도 살만하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사랑이, 그리고 그 마음이 변함없기를 바라는 우리들의 간절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랑이라는 말이 너무 가벼워진
지금에도, 우리는 여전히
사랑해야 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나눠야 한다. 사랑은 그 자체로도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는 일이며,
적어도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누구에게라도 허락된 축복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온기를 불어 넣는 일

-
Words. 김효정

댓글 보기



삭제하기
TOP
페이스북 블로그 유투브 인스타그램
검색하기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