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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지만, 뒤돌아서면 생각난다아버지 언어 듣기 평가
아버지 언어 듣기 평가

흔히 모정은 감정적이고, 부정은 이성적이라고 한다. 1998년 GOD의 히트곡인 ‘어머님께’에서 어머니는 자장면이 싫다고 말했지만 아버지였다면 ‘짜파게티도 맛있다’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앞에서 들었을 땐 왠지 서운하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마치 시간이 지나면 뜨겁게 발열되는 손난로처럼. 5월, 알고 보면 츤데레였던 아버지의 언어를 탐구해본다.


1. 너 많이 먹어라번역 결과: 맛없다처음 차린 아버지의 생신 상. 잡채, 갈비찜, 케이크까지 모두 직접 차린 100% 수제다. 아버지는 감격이 복받친 것인지 ‘너 많이 먹어라’며 숟가락을 내려놓으신다. 요리하느라 고생한 자녀를 위해 양보하시는 걸까? 자, 아버지의 숟가락을 보자. 숟가락을 손에 쥐고 있다면 식사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다. 이럴 때 ‘너 많이 먹어라’는 말은 정말 배려다. 하지만 숟가락을 내려놓았다면? ‘맛없다, 너나 먹어라’는 의미다.


2. 고맙다, 잘 쓸게너한테 쓸게
어버이날, 카네이션과 함께 빠질 수 없는 용돈 봉투. ‘꽃만 줘도 되는데~’라며 봉투를 열어 금액을 스캔하는 어머니와 달리 아버지는 덤덤하게 쓱 받아 주머니에 넣으신다. 우리가 얼마를 벌건 평생 자녀의 뒷바라지를 해오신 아버지에게 우리들의 용돈 봉투는 결코 손댈 수 없는 존재다. 며칠 후 ‘밥은 먹고 다니냐?’라는 메시지와 드린 금액 그대로 은행에 입금되었다는 문자를 받을 것이다.


3. 네 엄마 뭐 하냐?엄마한테 미안하다고 해줘어머니가 가족 단톡방을 나갔다. 어머니는 “이제 네 아빠랑은 끝이야”라며 분노했고 아버지도 “그래, 이혼해!”라며 똑같이 날을 세운다. 그러다 아버지한테 별 의미 없는 문자들이 날아온다. 그리고 그 사이 슬그머니 끼어 있는 ‘네 엄마 뭐 하냐?’ 화는 풀어주고는 싶은데 그 체면 때문에 사과의 마음을 무의미한 질문과 잡담 속에 숨겨 내미는 아버지. 이럴 땐 찰떡같이 알아듣고 “엄마! 아빠가 미안하대~”라고 통역해 주자.


아버지 언어 듣기 평가

4. 많이 모자란 자식입니다. 사돈이 잘 가르쳐주세요.번역 결과: 내 자식 잘 대해줘요, 안 그랬다간… 콱!긴장되는 상견례 날, 솔직히 배우자보다 내가 더 잘났는데, 왜 아버지는 굳이 저런 투머치 한 겸손을 떠는 걸까? 꼭 을이 되기를 자처하는 것 같아 기분이 안 좋다. 바둑에서 고수가 하수와 승부를 겨룰 때는 일부러 한 수 접어준다. 그래서 하수는 패해도 상대가 고수라는 사실을 모른다. 아버지는 당신을 위해 한 수 접어주신 것이다. 그래야 상대 집안에서 당신을 더 챙겨주고 잘 대해줄 테니까.

5. 통닭 먹을래?번역 결과: 술친구 좀 해줘오랜만에 친구들과 불금 좀 즐기려는데, 갑자기 아버지가 “통닭 먹을래?” 묻는다. “나 약속 있는데? 주문해드릴까?”라며 배달 앱을 켜자 아버지는 “됐어” 말하곤 방으로 들어가신다. 배달은 별론가? 지금 아버지가 고픈 것은 통닭이 아니라 맥주를 기울이며 대화를 나눌 술친구다. 하지만 정년퇴직 후 친구들도 하나 둘 떠나가 버린 아버지에게 사전 약속 없이 즉흥적으로 술을 마시며 얘기할 수 있는 자리는 쉽게 갖기 어렵다. 통닭, 삼겹살, 곱창, 국밥처럼 술이 함께해야 매력이 배가되는 음식을 아버지가 먹자고 할 때는 술친구 좀 해달라는 뜻이니 거절 말고 시간을 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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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안 아프다니까번역 결과: 나 안 늙었어얼마 전 알게된 아버지의 건강검진 결과. 역류성 식도염에 당뇨도 있으니 약을 먹어 관리해야 한단다. 술, 담배도 끊고 식단도 채소 위주의 건강식으로 바꿔야 한다. 그런데 “아프지도 않은데 돈 아깝게 약을 왜 먹어? 괜찮다니까?”라며 거부하신다. 병원비 부담을 주기 싫어서 그러시는 걸까? 남자들에게 건강은 젊음과 같다. 여자들이 외적인 요소에서 젊음을 지키려 한다면 남자들은 내적인 요소에서 젊음을 지키려 한다. 아픔은 자신이 늙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사실이다. 혹시 아버지가 안 아프다고 우기고 치료를 거부하면 말해주자. 치료를 받아야 다시 젊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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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오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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