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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떼 찾기에는 아직 젊은데…같은 세대, 다른세상? 선배의 언어
같은 세대, 다른세상? 선배의 언어
긴긴 취준생 생활을 끝내고 드디어 직장인이 된 나. 사원증과 함께< 미생 >의 김 대리 같은 선배님도 생겼다. 나이차도 두 살! 신입이 상사와 소통하려면 ‘상사언어 사전’을 들고 다녀야 한다던데, 세대도 같으니 그럴 필요 없겠다는 생각은 나만의 착각이었을까.

1. 여자친구 있어?번역 결과: 뭔가 대화는 해야겠는데 마땅한 소재가 없다.아직은 서먹한 박 대리님. 점심 후 잠깐 가진 티타임에서 대뜸 ‘여자친구 있어?’라고 묻는다. 깜빡이도 켜지 않고 훅 들어오는 작업 멘트는 뭐지? 나 여친 있는데, 나한테 마음 있으시나? 그럴리가… 썸남썸녀를 만나기 위한 모임도 아니고, 직장에서 이성 여부를 묻는 질문은 ‘취미가 뭐니?’, ‘집이 어디니?’, ‘좋아하는 음식이 뭐니?’같은 인사치레다. 선배라도 서먹한 관계의 후배와 사담을 나누는 건 보통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거주지나 취미, 기호 음식은 입사 첫날에 파악했을 테니, 그다음으로 만만한 질문을 던진 것이다.

2. 어제 늦게까지 놀았나 봐~번역 결과: 빨리빨리 좀 다니지?9시 출근이지만 오늘도 2분 남기고 아슬아슬 들어오며 활기차게 아침 인사를 했다. 박 대리님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래 씨, 어제 늦게까지 놀았나 봐’라고 말한다. 그제도, 어제도 그러시더니 오늘도 같은 멘트다. 내 사생활이 궁금한 것도 아닐테고, 지각도 아닌데… 왜 그러실까? ‘9 to 6’는 9시에 업무를 시작해 6시에 종료한다는 기업과 근로자의 약속이다. 9시에 맞춰 출근하면 컴퓨터 켜는 데 1분, 인트라넷 접속에 1분, 커피 타오는 데 4분, 화장실 다녀오는 데 6분…자그마치 12분이나 초과한다. ‘쩨쩨하게 그런 것까지 따지냐?’ 할 수도 있겠지만, 슬프게도 이곳은 직장이다.

같은 세대, 다른세상? 선배의 언어

3. 내가 편해서 좋지?번역 결과: 자꾸 선을 넘는단 말이야…요즘 아이돌그룹에 푹 빠진 박 대리님. ‘잘생기면 다 오빠’라며 조카뻘 가수들을 ‘오빠’라고 부른다. ‘박 대리님 대학교 입학 때 걔들 유치원 들어갔어요. 징그럽게 왜 그러세요~’ 장난을 치니, 박 대리님이 살며시 미소 지으며 ‘그래 씨는 내가 편해서 좋지?’라고 묻는다. 그럼요! 너무 좋아요! 큰일 날 소리 하고 있다. 특히 평소 착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선배가 이런 멘트를 날리면 무조건 긴장하는 게 좋다. 그 의미는 ‘내가 만만해? 자꾸 선을 넘네~’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최대한 분노를 억누르고 내뱉은 말이기 때문에, 이 경고가 나왔을 때는 즉시 사과하고 조심하자. 이런 유형은 뒤끝도 심해서 자칫 직장생활이 피곤해질 수 있다.

4. 라떼는 말이야~번역 결과: 그냥 추억팔이야…요즘에는 무알콜 문화 회식이 대세라고 하여 뮤지컬 관람으로 회식을 대신했다. 그러자 박 대리님, ‘나 입사 초기 회식 때 술 취해서 과장님 머리에 당수권 날렸는데, 진작 이런 회식 좀 하지~’라며 ‘라떼는~’을 시전 하신다. 그때처럼 알코올 회식이 좋다는 얘긴가? ‘라떼는 말이야’를 꼰대들만의 문장으로 오해하지 말자. 솔직히 2~3살 차이나는 선배들이 ‘라떼는~’을 운운하면 후배 입장에서는 ‘얼마나 차이난다고’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이들에게 라떼는 훈수를 위한 꼰대질이 아니라 진짜 순수하게 ‘라떼는’ 시절을 떠올리는 추억팔이다. 아마 2~3년 후면 당신도 그렇게 될 걸? ‘라떼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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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전공이 뭐였지?번역 결과: 대학에서 뭘 배운 거니? ‘그래 씨, T.P.O 이벤트 성공 사례 좀 서치해줘요.’ 오호~ 드디어 내 능력을 발휘할 때가 왔다. 고등학생 때부터 T.O.P만 마셨거든. 그런데 내가 열심히 조사한 T.O.P 자료를 본 박 대리님의 반응이 당황스럽다. ‘T.P.O 찾으랬더니…’ 박 대리님은 한숨을 푹 내쉬며 ‘그래 씨… 전공이 뭐였지?’라고 묻는다. 이건 또 무슨 뜬금없는 질문인가? 쉽게 말해 ‘대학에서 뭘 배운 거니?’라는 뜻이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대리 세대들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지적하는 데 소극적이다. 그래서 나름 예의 있게 잘못을 꾸짖는데, 직장생활에 필요한 기본 상식도, 자세도 없다고 판단되면 나름 최대한의 감정을 담아서 경고를 날린다. 즉 당신의 한심함과 무지함에 대한 레드카드니, 자신의 업무적 지식과 태도를 반성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6. 저, 또라이…번역 결과: 기발하고 재미있는 녀석…캔 커피 ‘레스X’를 대리님 것 까지 사며, 왠지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그래서 대리님한테 ‘대리님~ 비와요, 비와! 레스X’라고 외치며 캔 커피를 내밀었다. 그러자 대리님이 나를 보며 나직하게 읊조린 한마디는… ‘저, 또라이…’ 웃기려고 열심히 생각해낸 드립인데, 또라이라니… 상처받았다. ‘또라이’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이 모자라고 행동이 어리석은 사람이라는 뜻이지만, 요즘에는 ‘남다른 사고와 생활 방식으로 개성 있게 사는 사람’으로 통용된다. 사원, 대리 세대는 물론 과장, 40대 초중반의 부장 세대들에게도 ‘또라이’는 기발하고 재미있는 친구라는 의미로 사용되니 상처받지 말자. 상처 받으려면 ‘미친X’이라 불려야 한다.

같은 세대, 다른세상? 선배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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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오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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