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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구현하다FOMA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 박종서 관장
FOMA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 박종서 관장FOMA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 박종서 관장
대한민국 자동차 디자이너 1세대이자 선구자로 손꼽히는 박종서 관장을 만났다. ‘자동차 디자인은 예술이다’라는 일념으로 디자인에 몰두했던 이야기부터 대표 자동차 중 하나인 티뷰론을 제작하기까지. 시대를 초월한 자동차 디자인을 만나는 감격과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에 담은 박종서 관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자동차 디자인’이라는 신세계
대한민국 자동차의 역사를 이끈 박종서 관장은 업계에서 늘 최초로 기록되고, 선구자로 손꼽히는 전설적인 자동차 디자이너다. 현대자동차의 대표작인 스쿠프, 티뷰론, 싼타페, 투스카니 모델 등의 자동차 디자인을 주도하며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27년 동안 현대자동차의 디자이너를 비롯해 임원 생활까지 거친 박종서 관장은 이후 국민대학교 디자인전문대학원장을 지내고,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평생의 기록과 아이디어를 담아 2016년, FOMA(Form Of Motors and Arts)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을 설립했다.

박종서 관장의 자동차 디자인은 예상치 못한 일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1970년대만 해도 자동차를 만드는 일은 상상할 수 없었죠. 저는 그때 전자회사에서 디자이너로 재직하고 있었고, 일본 JICA(국제협력기구)에서 개발도상국을 위한 디자인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일본의 한 자동차 잡지에 인터뷰한 기사가 실렸는데 현대자동차에서 그 기사를 보고 연락이 와서 입사하게 됐어요.”

현대자동차에 입사하며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맞이한 박종서 관장은 영국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s)에 입학해 디자인을 전공한 최초의 한국인이 되었고, 수석으로 졸업하는 영예를 안았다.


FOMA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 박종서 관장(좌) 직접 그린 자동차 디자인 스케치와 박종서 관장, (우) 철사를 휘어 자동차의 곡선을 만드는 제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디자인
자동차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서 자동차 디자인을 하는 것은 끊임없이 열등감을 이겨내는 과정이었다. 자국의 기술과 디자인으로 자동차를 만든 경험이 없는 한국에 비해 유럽의 자동차 제작은 차원이 달랐다. 오랜 전통을 가진 이탈리아 카로체리아(Carrozzeria)의 장인들은 유려한 자동차의 곡선을 만들어냈다.

1958년에 출시한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 디자인은 ‘인류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라는 찬사를 받을 만큼 뛰어나게 아름다웠다.

박종서 관장은 국내 최초 독자 모델 자동차인 ‘포니’를 출시한 정세영 회장과 유럽 출장을 갈 때면 ‘언제 유럽과 같은 디자인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아득하기만 했다. 그럼에도 ‘우리 손으로 이뤄야 한다’라는 정세영 회장의 의지가 박종서 관장을 도전하게 만들었다. 현대자동차는 1991년, 미국 디트로이트모터쇼에 박종서 관장이 디자인한 콘셉트카 ‘HCD-1’ 모델을 출품했고, ‘최우수 콘셉트카’로 선정되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HCD-1 모델을 발표했을 때 한국이 ‘어떻게 저런 차를 만들었지?’ 하는 반응이었어요. 제겐 열등감의 극복이었죠. HCD-1이 나오고, 티뷰론이 나오고 산타페까지 나오면서 이제 자신 있게 자동차 디자인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1993년에는 HCD-2 모델이 인기를 얻었고, 1996년에는 HCD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카 티뷰론이 출시되면서 대한민국 자동차의 역사는 티뷰론 출시 전후로 나뉘게 된다. 당시 미국은 근육의 멋진 곡선을 살린 ‘티뷰론의 디자인이 일본 도요타의 디자인을 꺾었다’라고 호평했다. 이후 현대자동차는 해외 시장에서 인정받으며 월등한 수출 실적을 올렸고, 산타페가 북미시장을 점유하며 울산에 단일 기종 공장을 따로 지을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자연에서 발견한 우아한 곡선
.박종서 관장에게 FOMA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 설립은 ‘자동차 디자인’에 대해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이자 그에 대한 답이다. 그에게 자동차 디자인은 언제나 커다란 ‘숙제’와 같았고, 잘할 수 있을 거라는 ‘아쉬움’과 더 나은 것을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컸다. 하지만 우리에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자동차 디자인 ‘유산’이 없었다. 그런 생각이 미치자 박종서 관장은 이곳 미술관에 자동차 디자인에 대한 기록을 담고자 했다.


FOMA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 박종서 관장HCD-1 모델에서 기초한 현대자동차 티뷰론 모델과 박종서 관장
FOMA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 박종서 관장(좌) 자연의 황금비율을 담은 앵무조개의 조형물, (우) 자동차 디자인에 영감을 주었던 풍뎅이 표본

박종서 관장은 현대자동차 ‘포니’의 ‘피아노 디 포르마(Piano di Forma)’라고 불리는 도면을 10년에 걸쳐 복원했고, 나무틀로 만든 목형을 제작했다. 이탈리아 장인들이 망치로 두들겨 빚어낸 자동차 철판, 뛰어난 디자인으로 손꼽히는 1938년산 알파로미오와 1958년산 페라리 테스타로사의 실물 크기 모형과 제작과정 등을 전시했다. 또한, 박종서 관장이 디자인했던 자동차의 목형과 디자인 도면도 체계적으로 전시했다.

이뿐만 아니다. 자연의 형태에서 온 디자인을 보여주고자 자연의 황금분할인 피보나치 수열을 상징하는 앵무조개 모형과 소라의 속뼈대의 곡선 구조물을 직접 제작해 설치했고, 아름다운 날개를 가진 나비와 풍뎅이 표본 등을 전시하고 있다. 박종서 관장이 상어의 모습에서 티뷰론의 디자인을 생각하고, 물 위로 뛰어오르는 고래의 곡선에서 산타페의 디자인을 생각한 것처럼, 자연으로부터 받은 원리와 아름다움이 곧 디자인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박종서 관장은 ‘포마 아카데미주니어’ 클래스를 운영하며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아이들의 순수한 시선이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손으로 디자인을 표현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매주 1회씩 아이들과 공부하고 있다.


아름다운 인생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
박종서 관장은 ‘삶은 내가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하지만 원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인생의 후반전, 은퇴 후의 삶은 ‘돕고, 자유롭고, 사랑하는’ 삶을 살고자 결심했다. 미술관은 어느새 유리, 금속, 돌, 나무, 흙 등이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넘나드는 재미있는 작업실이 되었고, 그의 실험적 시도는 젊은날의 의심에 대한 답을 찾는 것 같았다. 최근에는 얼마전 타계한 페라리 자동차의 명인이며, 카로체리아의 역사가 FOMA에 실현되도록 애써준 오스카 스칼리에티(Oscar Scaglietti)의 조각상을 만들고 있다.

“예전에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면 이제는 제가 하고 싶었던 걸 본격적으로 할 수 있어요. 은퇴 후에 돈을 좇았다면 지금의 삶이 ‘아름다운 은퇴’가 아니었겠죠. 저는 스스로 자유롭고 사랑에 빠진 삶을 살고 싶어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며 저에게 집중하려 해요.”

대한민국 자동차 디자인을 선도해온 박종서 관장은 모두가 막막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하나씩 이뤄왔다. 그래서일까. ‘뜻을 두고 움직이면 길이 열린다’는 그의 말처럼, 박종서 관장의 기발한 창의력과 열정으로 만들 새로운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오랜 시간 망치질을 하며 자동차를 만드는 유럽의 장인과 같이, 그가 공들여 만들 ‘명품’ 인생을 기대해본다.


FOMA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 박종서 관장자동차 모형 및 디자인 도면을 담은 전시실의 전경
FOMA 자동차 디자인 미술관 박종서 관장페라리 디자이너 ‘오스카 스칼리에티’를 기념하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
"예전에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다면 이제는 제가 하고 싶었던 걸 본격적으로 할 수 있어요.
은퇴 후에 돈을 좇았다면 지금의 삶이 은퇴’가 아니었겠죠.
저는 스스로 자유롭고 사랑에 빠진 삶을 살고 싶어요.
앞으로도 하고 싶은 일에 몰두하며 저에게 집중하려 해요."


Words. 이성주 Photographs. 이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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