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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사각 쓰는 매력언제라도 품위를 지켜주는 만년필
언제라도 품위를 지켜주는 만년필상암동지점 김민정 대리와 독자 전소민 씨
펜을 들 일이 많지 않은 시대지만, 아직도 사각사각 쓰는 손 글씨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필기는 인간만이 가진 특권이기에 손 글씨를 쓰는 즐거움은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언제라도 품위를 지켜주는 만년필

금씩 천천히, 목선반 작업누구나 한 번쯤은 막연히 만년필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만년필의 이미지를 떠올리자면 조금 느리고 불편하지만, 고급스러운, 지성인이 사용하는 필기구다. 한때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만년필은 영화에서도 그 가치를 드러낸다. 영화 <뷰티풀마인드>에서 주인공인 존 내쉬에게 다른 교수들이 다가와 자신이 사용하던 만년필을 두고 가는 장면이 있다. 존 내쉬는 정신분열증을 겪고 있었는데, 이를 극복하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간다. 교수들이 두고 간 만년필은 그에게 존경심을 표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만년필을 직접 만들어 볼 수는 없을까?
상암동지점 김민정 대리와 그녀의 친구 전소민 씨가 시나브로 우든펜 스튜디오를 찾았다. 고등학교 동창이라는 두 사람은 학교 졸업 후에도 함께 시간을 보냈다. 같은 업종에서 일을 하고 있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 이런 그녀들이 오늘의 공방데이트로 또 한 번 추억의 한 페이지를 써내려간다.

언제라도 품위를 지켜주는 만년필

시나브로 우든펜 스튜디오는 다양한 나무소재로 펜을 만드는 곳으로 공방명에서 ‘시나브로’라는 말은 ‘조금씩 천천히 하자’라는 의미를 가진다. 목선반 작업 자체가 너무 급하게 하면 안 된다는 사장님의 철학이 담겼다.
공방에서는 원데이클래스로 두 종류의 만년필을 만들어 볼 수 있다. 바로 JR임페리얼 만년필과 젠만년필. 두 사람은 뚜껑을 돌려서 여닫을 수 있는 JR임페리얼 만년필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JR임페리얼 만년필은 현재 벌나무로만 제작이 가능하다. 벌나무 중에서도 어떤 벌나무를 사용할지 선택해야 하는데, 두 사람 모두 레드말리벌로 의견을 모았다.
직사각형 모양의 우든펜블랭크 안에 박힌 황동관을 목선반에 끼워 돌리는 작업을 위해 먼저 드릴로 구멍을 뚫어주면 기본 준비는 된 셈이다.

손으로 만드는 것의 즐거움“손으로 만드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아해요. 집에 이것저것 제 손으로 만든 소품들이 있는데, 만들기에 집중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예요. 목공예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혼자 도전하긴 쉽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우든펜블랭크에 구멍을 뚫은 김민정 대리가 기대에 들뜬 모습으로 강사를 바라본다.
“목공예는 처음이라도 정신을 집중하고 목재를 아기 다루듯 조심히 여기면 어렵지 않으실 거예요.”
강사의 당부가 끝나고 바로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목선반에 우든펜블랭크를 물린 후 러핑가우지를 이용해 깎아주는 작업이다. 칼은 수직으로 잡고 동일한 힘을 가해 나무를 깎아야 골고루 매끈하게 만들 수 있다. 이때, 톱밥이 사방으로 튈 수 있어 고글 착용은 필수. 두 사람은 나란히 서서 정신을 가다듬고 기구를 이용해 나무를 깎아준다. 경쟁하듯 속도를 내는 두 사람.

사포로 다듬었을 때는
보들보들한 느낌은 있었지만,
색이 탁한 느낌이었는데
오일을 바르자마자
나무의 진한 색감이 올라와서 매끈해 지는 게 너무 예쁘네요.

잘 깎는가 싶더니 전소민 씨가 일을 내고야 만다. 나무가 깨져버리고 만 것. 당황한 그녀를 보고 강사가 입을 연다.
“벌나무는 원래 잘 부러지는 성질이 있어서 다루기가 쉽지 않아요. 괜찮으니까 다시 한번 해보죠.”
다시 하자는 말에 표정이 밝아진 전소민 씨가 또 한번 결의를 다진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너무 공을 들였나 봐요. 균일한 힘을 주면서 모양을 고르게 깎아야 한다고 계속 머릿속에 되뇌었는데, 처음이어서 그런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어려운 과정을 반복했기에 절대 오늘을 잊지 않을 것 같아요.”
어느 정도 모양이 잡히면 고른 질감을 위해 총 6단계의 사포질을 해 주어야 한다. 정성스러운 사포질이 끝나고 나면 오일을 발라 나무를 매끈하게 만들어 준다. 오일을 바르자마자 김민정 대리의 입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사포로 다듬었을 때는 보들보들한 느낌은 있었지만, 색이 탁한 느낌이었는데 오일을 바르자마자 나무의 진한 색감이 올라와서 매끈해지는 게 너무 예쁘네요.”

언제라도 품위를 지켜주는 만년필

하고 싶은 마음에
너무 공을 들였나 봐요.
균일한 힘을 주면서
모양을 고르게 깎아야 한다고
계속 머릿속에 되뇌었는데,
처음이어서 그런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어려운 과정을
반복했기에 절대 오늘을
잊지 않을 것 같아요.

언제라도 품위를 지켜주는 만년필

만년필이 나에게 왔다오일을 바른 후에는 코팅제를 입혀준다. 만년필 몸통이 될 부분에 원하는 문구로 레이저 각인 작업을 한 다음, 몸체(배럴)와 펜촉(닙), 뚜껑(캡) 등을 연결하는 조립작업이 이어진다.
완성된 만년필을 보고 뿌듯해하는 두 사람. 김민정 대리는 오늘 만든 만년필에 애착이 크다.
“소중한 물건은 많이 아끼는 편입니다. 힘들게 만들었던 탓인지 당분간은 사용하기보다는 책장에 전시해 놓고 생각날 때마다 보려고요.”
이와 반대로 전소민 씨는 지인의 생일이나 기념일 때 손 편지를 자주 써주곤 하는 데, 편지 쓸 때 선물을 받을 상대를 생각하며 만년필로 사각거리는 감성을 느껴보고 싶단다.
만년필을 어떻게 사용할지 너무 다른 두 사람이지만,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품위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 중에 있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이야기한 김민정 대리처럼, 우리 모두가 품위 있게 살기를 원한다. 그리고 타인을 신경 쓰지 않는 척하지만, 은연중에 그런 사람으로 보이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같을 테니 말이다.
만년필로 글씨를 쓰기 위해서는 연필이나 볼펜을 잡듯이 펜을 너무 꽉 쥐면 안 된다. 그래서 초보자들은 연필을 잡는 모습에서 검지를 떼고 쓰는 연습부터 한다. 힘을 빼고 그냥 부드럽게 흐르듯이 두는 것이 만년필을 쓰는 묘미일 테다. 마치, 너무 꽉 쥐려는 욕심은 버리고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일상을 살아내는 것이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는 일이라고 알려주는 것 같다.

언제라도 품위를 지켜주는 만년필


메마른 감성에 불을 켜는 만년필 브랜드
언제라도 품위를 지켜주는 만년필적막한 밤 스탠드가 켜진 책상. 펜촉이 종이 결을 사각대며 긁고 지나가는 소리는 메마른 감수성을 촉촉이 적셔준다. 1884년 처음 지금의 모습을 갖춘 만년필은 지금도 유럽, 중국의 어린 학생들 필통 속에 자리 잡은 단짝 친구라고. 로맨틱한 필기감을 자랑하는 만년필의 대표 브랜드를 알아보자.
컬러풀한 디자인의 젊은 만년필 라미대표적인 입문용 만년필. 유럽 학생들은 라미의 저가형 모델을 주로 사용하는데,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펜촉(Nip, 닙)이 가벼워 필기에 적절하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필기감을 자랑하며 젊은 유저가 많은 만큼 컬러풀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이 주로 출시된다.

단연 최고를 자랑하는 몽블랑명품으로 유명한 브랜드라서 모델에 관계없이 전체적으로 비싼 브랜드다. 디자인이 워낙 고급스러워 만년필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한눈에 ‘이건 비싼 물건이다’ 직감할 수 있을 정도. 전용 잉크병에도 브랜드 마크가 새겨져 멋스럽지만, 아름다운 디자인만큼이나 가격이 비싸다.

실용적인 만년필을 찾는다면 파카만년필 중에서 가장 실용적인 모델을 꼽을 때 늘 맨 먼저 순위에 오르는 것이 파카51이다. 잉크 충전 대신 카트리지와 호환하면, 1주일을 방치한 후에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만년필계의 볼펜 같은 모델. 파카51은 단종됐지만, 그 매력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해외사이트에서 빈티지 제품을 거래하고 있다.

CEO가 사랑하는 만년필 발트만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100% 독일 생산, 73% 수공예 만년필 브랜드. 품질에 대한 자신감으로 10년의 개런티를 보증한다. 금과 은으로 만년필을 제작하는 전통을 지금도 지키고 있다고. 몽블랑보다는 저렴하지만 꽤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CEO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만년필 브랜드다.

오랜 역사만큼 단단한 필기감을 자랑하는 세일러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만년필 브랜드. 덕분에 중년층 이상의 상대에게 선물할 때도 ‘이 만년필 나도 알지’라는 흡족한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드물게도 브랜드 고유의 규격화된 펜의 심을 생산하기 때문에 가늘고 막힘없는 라인이 자랑거리. 특히 세일러 프로페셔널 기어 21K는 21K 도금된 심으로 단단한 필기감, 도드라지는 필기 소리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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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김효정 Photographs. 고석운 VIDEO. 권오성 ILLUSTRATOR. 이신혜 PLACE. 시나브로 우든펜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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