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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쿨~한 시어머니야!’의 속뜻은? 독해 난이도 상급 시어머니 언어
독해 난이도 상급 시어머니 언어

요즘 20~30대 며느리들의 시어머니는 쿨하다. 드라마에서 보던 악랄한 시어머니처럼 며느리의 도리를 강요하지 않는다. 그런데 잘 지내는 듯싶다가도 갑자기 냉랭한 태도로 돌변한다. 며느리는 당황스럽다. 도대체 시어머니들이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시어머니의 언어를 통해 알아보자.

1. 아무 것도 안 해도 된다번역 결과:기본은 해야 된다.‘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이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반반이 대세다. 그렇다 보니 과거 결혼 전 분주하게 오가던 예단, 함, 이바지, 답바지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 역시 우리 시어머니도 대세를 익히 아시곤 상견례 자리에서 ‘아무 것도 안 해도 됩니다’라고 말씀하신다. 요즘 예비 신부들이 간과하는 것이 이 말을 곧이곧대로 해석한다는 것이다. 상견례는 양가 부모가 만나 결혼과정을 논의하는 아주 중요한 자리이다. 그런 자리에서 ‘며느리가 집값의 반을 보태긴 했지만, 그건 그거고 예단은 예단이니 받아야겠어요’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시부모는 별로 없다. 과거처럼 거창하게 현금, 반상기, 이불, 은수저를 다 할 필요는 없지만 주변 사람들이 ‘그 집 며느리는 시집 올 때 뭐 해줬어?’라고 물으면 ‘친척들 이불 돌렸어’라고 체면치레 할 수 있을 정도의 최소한의 예단(즉 현금)은 받고 싶다는 의미다.

2. 너희만 잘 살아라번역 결과:전화 자주 하고, 놀러도 자주 오고…드라마에서는 시어머니들이 매일 전화하고, 시댁에 들르라고 강요하는데, 우리 시어머니는 그런 강요가 없다. 안부전화라도 하면 “이런 전화 필요 없다~ 너희만 잘 살아라”라고 말씀하신다. 요즘 시어머니들은 신세대 시어머니로 보이기 위해 바라는 것이 있어도 숨기고, 반어법으로 얘기한다(꼭 여성들이 남친에게 ‘날씬해’라는 말을 듣기 위해 ‘나 살쪘지?’라고 묻는 것처럼). 어떤 시어머니는 며느리랑 빨리 친해지고 싶어서, 또 어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대우받고 싶어서 연락을 바란다. 어느 쪽이든 시어머니들은 며느리의 연락과 방문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즉 ‘너희끼리 잘 살아라’는 말은 ‘너희끼리 잘 사는 모습을 우리한테 자주 보여주고, 들려줘라’는 의미다.

3. 힘들면 안 와도 된다번역 결과:이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이번 추석은 코로나19 때문에 정부에서도 귀성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마침 시어머니 전화가 와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시다 “힘들면 안 와도 된다”라고 말씀하셨다. 정말 안 가도 되는 걸까? 명절처럼 시댁 방문이 약속돼 있었는데, 어떤 사유로 인해 가기 어렵게 되었을 때, 며느리들은 시어머니의 입에서 먼저 ‘그럼 오지 말아라’라는 말이 나오기를 바란다. 그런데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이 한마디를 해주는 게 참 내키지 않은 일이다. 특히 명절처럼 일가친척 모두 모이는 자리에서는 자칫 다른 사람들에게 ‘저 집 며느리는 시댁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명절에도 안 와?’라고 뒷담화를 당할 수 있다. 정말로 오지 않기를 바라면 ‘~~하면’과 같은 전제를 붙이지 않는다.

4. 나는 너를 내 딸 같이 여긴다번역 결과 : 나는 옛날 시어머니하곤 다르다.처음 인사 드리러 간 날부터 시어머니는 “나는 너를 내 딸로 생각한다”라고 말씀하셨다. 결혼 후에도 “너는 내 딸이다”라고 강조하시는 시어머니. 감사하긴 하지만 부담스러운 이유는 뭘까? 요즘 시어머니들이 며느리한테 자주 하는 ‘너는 내 딸이다’라는 말은 직장 상사가 ‘나 꼰대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즉 ‘난 옛날 시어머니하고 다르다’라는 말을 당신들 나름대로 좀 더 세련되게 표현한 것이다. 과거처럼 며느리의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지 않고, 불만이 있어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며느리가 이런 시어머니의 모습을 알아주지 않으면 서운해진다. 그래서 아이처럼 투정 한 번 부려보는 것이다. ‘나 꼰대 아닌데~ 맞지? 맞지?’처럼…

5. 집에 있으면 심심하지 않니?번역 결과:취업 안 하니? or 아기 안 낳니?남편 아침 밥 먹이고, 빨래 돌리고, 집안 청소까지 끝내고 나니 어느새 12시다. 이제 한숨 돌리며 TV 좀 보고 있으니 걸려온 시어머니 전화. “우리 며느리~ 지금 뭐하니?”라는 물음에 “TV봐요~”라고 답했더니 3초의 정적이 흐른 후 “집에 있으면 안 심심하니?”라고 물으신다. 놀러 오라는 뜻일까? 놀러 오라는 뜻일 수도 있고, 친구라도 만나라는 얘기일 수도 있지만 시어머니들의 이 말은 대게 ‘취업 안 하니?’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내 아들은 매일 회사로 출근해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너는 집에서 TV가 봐지니?’라는 고강도의 비난이다. 취업이 힘들면 애라도 빨리 낳으라는 의미도 된다.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에선 자녀 없는 전업 주부를 바라보는 시부모님의 시선이 곱지 않다.

6. 너는 얼굴이 많이 좋아졌구나번역 결과:우리 아들은 고생하는데…오랜만에 시댁을 방문하면 어머님이 반갑게 맞아주면서 “너는 얼굴이 많이 좋아졌구나~”라고 덕담을 건네신다. 그런데 덕담인 듯하면서도 기분이 묘하게 찝찝한 이유는 무엇일까?
‘건강해 보인다’, ‘얼굴이 좋아졌다’, ‘편해 보인다’는 분명 긍정적 문장이지만 그 앞에 ‘너는’이라는 보조사가 붙으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말 앞에는 한 가지 문장이 생략돼 있다. 바로 ‘네 남편은 말라가는데’, ‘네 남편은 힘들어 보이는데’처럼 나와는 대조되는 상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이 워딩을 순진하게 곧이곧대로 믿고 ‘어머, 어머님! 저 피부 클리닉 다니는데! 티 나요?’라고 말하면 두고두고 껌이 된다(=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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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오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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