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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트북>과 수필 <인연>의 사랑연결에 관한 짧은 단상
연결에 관한 짧은 단상

B는 내게 말을 한다. “언니, 나 좋다는 남자는 왜 이리 싫은 거지?
그런데 우습게도 내게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남자를 만나면 미친 듯이 궁금해져.
대체 뭔데 이런 태도야? 그러고 나면 나도 몰래 그 사람이 좋아지는데... 나 문제 있는 걸까?”
나는 그녀에게 대답했다. “아니, 나도 그래.”



보이지 않는 붉은 실을 감고
연인이 될 두 사람은 손가락 끝에 보이지 않는 붉은 실을 감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만나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평생을 함께할 한 사람을 만나지 못해 소개팅만 수십 번 한 후배는 늘 좌절 모드로 내게 말했다.

“언니, 절대 소개팅 시장에 나오지 마. 오빠만 한 사람이 없어.”
B는 조금은 지친 듯한 말투였다. 서른넷까지 결혼에 아무런 관심도 없던 그녀가 이제 와 누군가를 만나려는 건, 부모님 집에서 나와 완벽한 독립을 이루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딸 바보 그녀의 아버지는 여자가 독립할 수 있는 건 결혼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놈이 그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그놈 중에서도 기꺼이 나의 연결 고리를 내어 줄 만한, 내가 원하는 면모를 가졌는가를 먼저 따져본다. 그리고 언제든 운명 같은 상대가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슴 한편에 품고 살아간다. 우연히 스쳐 간 수많은 사람은, 이제는 얼굴도, 이름도 흐릿해져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이라면 다르겠지.

영화 <노트북>에서 노아(라이언 고슬링 분)와 앨리(레이첼 맥아담스 분)의 스토리만 봐도 그렇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라며 많은 사람이 첫사랑을 풋사랑 취급한다. 하지만 연결의 끈을 놓지 않았던 노아의 사랑으로 그들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앨리 부모의 반대에 헤어진 두 사람, 노아는 앨리를 잊지 못하고 그녀를 기다리며 둘이 함께 살 집을 짓는다. 우연히 신문에 실린 노아의 얼굴을 보고 그를 찾아온 앨리는 이미 약혼자가 있었지만, 노아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알게 된다. 노아의 곁에 머물기로 한 앨리는 그와 행복하게 살며 할머니가 되지만, 노인성 치매로 모든 기억을 잃어버리고 만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시작된다. 기억이 지워진다는 것은 모든 연결이 끊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죽을 때까지 앨리를 지켜주고 싶었던 노아는 앨리와 함께 요양원에 머물며 매일 노트에 쓴 글을 읽어준다. 그렇게 노아는 끊임없이 앨리와의 연결 고리를 만들어 간다. 자식들이 찾아와 “어머니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니 고생 그만하시고 집으로 돌아가자”라고 노아를 설득해 보지만, 그는 “사랑하는 너희 엄말 혼자 둘 순 없어. 여기가 집이야. 네 엄마가 나의 집이야”라고 말하며 앨리 곁에 머문다.

<노트북>의 두 주인공은 다시 만나 불같은 사랑을 했지만, 여기 또 다른 사랑도 있다. 오히려 다시 만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한 사람에 관한 추억이다.


연결이라는 것은 꼭 만남을 뜻하지는 않는다.
만나지 않더라도 기억에서 영원할 수 있다면 두 사람은 끊어진 것이 아닐 테니.


나와 아사코는 세 번 만났다
피천득은 <인연>이라는 수필집에서 일본 유학 시절 만난 하숙집 주인의 딸 아사코를 그리며 이렇게 말한다.

“그리워하는데도 한 번 만나고는 못 만나게 되기도 하고, 일생을 못 잊으면서도 아니 만나고 살기도 한다. 나와 아사코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들은 총 세 번 만났다. 처음 만났을 때 아사코는 소학교 1학년, 그는 아사코를 마당에 핀 귀여운 ‘스위트피꽃’에 비유했다. 두 번째는 13년이 흘러 아사코가 대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였는데, 청순하고 세련된 ‘목련’ 같았다고 이야기한다. 세 번째는 10년의 세월이 지나 그녀가 장교의 부인이 되었을 때였다. 다른 남자와 결혼했고, 하지만 어쩐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 아사코를 그는 ‘시든 백합’에 빗댄다.

“그 집에 들어서자 마주친 것은 백합같이 시들어가는 아사코의 얼굴이었다. 남편은 내가 상상한 것과 같이, 일본사람도 아니고 미국 사람도 아닌 그리고 진주군 장교라는 것을 뽐내는 것 같은 사나이였다.”
필자는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의 풋풋한 감정을 기억한다. 그리고 두 번째 만남, 예쁘게 자란 아사코를 보고 마음에 품었을 것이다. 그런데 세 번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된 아사코라니... 게다가 생기 없어 보이는 그녀의 모습에 상실감이 커졌을 테다.

오히려 세 번째는 만나지 않았더라면, 평생 아사코의 청순한 모습만 기억에 남아 지난날을 회상했을 필자. 그러니 때로 추억은 추억으로 남을 때 아름다운 것이라는 말도 존재하나 보다.

연결이라는 것은 꼭 만남을 뜻하지는 않는다. 만나지 않더라도 기억에서 영원할 수 있다면 두 사람은 끊어진 것이 아닐 테니, 오히려 젊은 시절 좋았던 모습, 행복했던 시간이 추억으로 남아 평생을 살아가는 힘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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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ds. 김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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