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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의 연결나만의 향기를 찾아서
나만의 향기를 찾아서

초록빛의 사과가 나오는 계절이면 어김없이 난 그 아이가 떠올랐다. 그 아이에게는 상큼한 풋사과 냄새가 났다. 손에 풋사과를 들고 있으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람들은 향기를 통해 잃어버린 시간과 감정을 기억해 낸다. 향기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힘이 있다.


나만의 향기를 찾아서

당신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았나요?
우리의 삶에 향기가 더해지면 더 특별하고 더 오래 기억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남긴 향기는 세월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을 수 있다. 며칠 전 만난 친한 후배는 내게 “길을 걷는데 좋아하는 향기에 이끌려 그 남자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 적이 있어요”라고 말하며 지난날을 회상했다. 물론 얼굴은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했지만, 어쩌면 사랑에 빠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고. 대체 향기에는 어떤 마력이 있을까? 이 물음에 해답을 찾기 위해 IBK기업은행 직원 4명이 퇴근 후 한 자리에 모였다.

종로의 한 좁은 골목길 사이로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온다. 불이 비추는 곳으로 눈을 돌려보니, 수십 개의 유리병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한옥을 리모델링한 깔끔한 외관이 돋보이는 프루스트에서 향수와 디퓨저 만들기 수업이 시작되었다.

공방 이름인 프루스트는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에서 가져왔다. 그의 소설 작품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한 구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은밀하고도 눈에 보이지 않으며 넘쳐흐르는, 온갖 삶이 발산하는 무수한 냄새들로 우리를 매혹했다.”


웃음을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며
원데이 클래스를 시작하기 전부터 그들은 말 한마디에도 웃음이 넘쳐났다. 오랜만에 만든 자리였을 텐데, 엊그제도 만난 사람들처럼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디지털기획부 전용재 과장, 자금결제부 한승환 과장, IT정보부 이윤아 과장, IT정보부 김영택 대리는 지난 시절 IT정보부에서 함께 일했다. 친화력이 좋은 한승환 과장이 오늘 모임의 주최자가 되었고, 그들은 흔쾌히 시간을 냈다.


나만의 향기를 찾아서
나만의 향기를 찾아서IT정보부 김영택 대리 · 자금결제부 한승환 과장 · 디지털기획부 전용재 과장 · IT정보부 이윤아 과장

테이블에 나란히 앉은 네 사람은 먼저 7가지 베이스 향인 pure, gentle, healing, mystery, mellow, romantic, awake 중에 마음에 드는 향을 2~3개 정도 고르기로 했다. 스포이트를 이용해 시향지 끝에 용액을 한두 방울 떨어뜨린 다음, 충분히 종이를 흔들어 알코올이 날아가게 한 후 냄새를 맡는다. 시향지에는 향의 이름을 적어 놓아야 나중에 헷갈림이 없다.

“지금 코가 마비돼서 냄새를 맡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옆에 커피 가루를 두신 거구나.”

이윤아 과장의 한마디에 향수 베이스 용액의 뚜껑을 열어 향기를 확인하던 나머지 세 사람이 웃음을 터트렸다. 뚜껑을 여닫을 때마다 공기 중으로 올라오는 서로 다른 향기가 뒤섞이면서 공방 안은 다양한 향기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힐링, 이거 냄새 괜찮은데요? 전 원래 인공 향보다는 나무, 흙과 같은 자연의 향을 좋아하는데, 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향수는 기분에 따라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간단한 도구라는 설명을 덧붙여 전용재 과장이 입을 연다. 그러자 옆에 있던 한승환 과장이 그를 바라보며 “나도 힐링”이라고 맞장구를 친다.


나만의 향기를 찾아서
나만의 향기를 찾아서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향을 종이 차트에 써 내려가는 네 사람. 평소에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조금 더 깊이 나를 들여다본다. 퇴근 후 잠깐 동안의 일탈로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 그들.

이번 클래스에서는 향수와 디퓨저를 동시에 만들기로 했는데, 베이스 용액을 섞을 때 향수는 40g, 디퓨저는 14g으로 용량을 맞춰 주어야 한다. 향을 맡아가며 차트에 우선순위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력을 발휘해 조향 계획을 세운다. 어느 정도 조향 계획이 완성되었다면, 준비된 전자저울 위에 비커를 올려 차트에 적어둔 용량만큼 베이스 용액을 넣어준다.

“사실 어떤 게 좋은지 분간하기가 쉽지 않네요. 어느 순간, 향이 복합적으로 나니까 제가 의도한 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김영택 대리는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 작업을 마친 그를 보며 이윤아 과장이 그의 비커에 든 오일의 향기를 맡아본다.

“음~ 나는 좋은데? 달콤한 향기가 조화롭네. 초콜릿 향기 같기도 하고.”

그제야 안심이 된다는 표정으로 자신이 만든 향수를 준비된 향수병에 넣는다. 연꽃향이 좋아 마지막에 많이 넣었다며 웃어 보이는 김영택 대리.

예쁜 용기에 향수와 디퓨저를 담은 후에는 향수와 어울릴만한 작은 엽서를 고르는데, 선물할 사람이 있다면 엽서에 간단한 메시지도 쓸 수 있다. 향수와 디퓨저는 2주 동안의 숙성 과정을 거쳐 사용해야 한다.

향수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가 끝난 후 집에 돌아가면서도 풋사과 향기가 났던 그 친구가 생각이 났다. 참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 향기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나는 그 아이의 기억 속에 어떤 향기로 남아 있을까. 가끔 나를 떠올릴까... 살면서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봐도 좋을 것 같다. ‘나는 타인에게 어떤 향기로 기억될까?’라고 말이다.


나만의 향기를 찾아서
Q.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향기로 기억되고 싶은가?
IT정보부 이윤아 과장 : 힘들 때 기운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상큼한 향
IT정보부 김영택 대리 :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어디선가 맡아본 향
디지털기획부 전용재 과장 :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첫사랑 같은 향
자금결제부 한승환 과장 : 상대를 편안하게 만드는 잔잔한 향


원한다면 무엇이든! 향수의 변신
나만의 향기를 찾아서
스치고 간 자리에 향기로 자신의 존재감을 남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나만의 향’을 찾아 헤맨 기록이 향수의 역사인 셈. 급기야 향 애호가들의 사랑은 액체였던 향수를 스틱으로 바꾸기도, 피부에 뿌리던 향수를 옷감 전용으로 바꾸기도 했다. 순전히 기호에 기대어 다양해진 향수의 종류를 본다.

향수 - perfume가장 대중적이고 오랜 역사를 가진 향수의 형태. 향이 얼마나 농축된 액체인가, 즉 얼마나 오랜 시간 지속되는가에 따라 20~30% 농도에 6~8시간 지속되는 퍼퓸부터 1~3% 농도에 2시간가량 지속되는 오프레쉬까지 총 5단계로 나눈다.

디퓨저 - diffuser옷에 뿌리든 몸에 뿌리든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향이라면, 공간을 위한 향수도 있다. 디퓨저가 그것. 안락함, 공식적인 자리 등 공간에 특정한 역할을 부여하고 싶을 때 그와 어울리는 디퓨저를 사용하는 것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향료를 담을 주둥이가 좁은 병 그리고 향의 확산을 도와줄 스틱만 있다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섬유향수 - fiber perfume피부에 직접 향수를 뿌리거나 바르는 일에 거부감을 느끼거나 피부보다 옷에 밴 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섬유향수다. 고집해서 쓰는 섬유향수가 있는 사람은 대부분 섬유유연제는 향이 없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특징. 최근에는 단순히 향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탈취, 항균 성능은 물론 피부 무자극 테스트를 거친 제품까지 등장했다.

고체향수 - solid perfume외출해서도 24시간 소장하고 싶은 나만의 향. 하지만 가방 속 휴대 용기에서 향수가 새기라도 하는 날엔 대참사가 벌어진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크림이나 연고처럼 바르는 고체향수가 등장했다. 프랑스 명품 향수 브랜드 몰리나르가 1921년 처음 고체향수를 개발한 후 지금은 샤넬의 스틱향수, 딥디크의 밤 형태 고체향수 등이 일반화됐다.

샤워코롱 - shower cologne향수의 농도와 지속 시간이 부담스러운 향 애호가들의 선택. 샤워 후 가볍게 뿌려주면 은은한 향이 체취와 섞여 짧은 시간 머물다 사라진다. “이거 내 살 냄새야”의 대표적인 케이스. 비교적 최근에는 샤워 후 몸에 수분감을 채워주는 동시에 샤워코롱의 역할을 함께하는 바디 미스트가 인기를 끄는 추세다.





Words. 김효정 Photographs. 고석운 Video. 권오성 Illustrator. 이신혜 Place . 프루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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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2021.01.11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향기를 선물 하세요
IBK 직원들의 이야기를 보는 동안 내내 향기로운 향수 냄새가 코끝에 전해 오는 기분이 느껴져 좋았습니다. 소중한 누군가를 떠올리며 정성껏 향을 고르고 진지하게 장식하는 직원들의 훈훈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호강한 느낌이네요. 손재주가 없어도, 표현이 서툴고, 조금 투박하면 어때요? 그 속에 담긴 세상에 하나 뿐인 향기는 한결같은 당신의 진실한 마음일 테니까요.
◈주소(25735): 강원도 동해시 부곡2길 26, 615호(유존아파트).
장우익(hp 010-2337-3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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